강동성심병원 LGBTQ+센터는 해외 학회나 교육 일정으로 외국을 방문할 때마다, 가능하면 그 나라의 성소수자 인권 단체를 함께 방문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성별확정진료는 수술실 안에서만 완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은 병원에 ‘환자’로 오지만, 그 사람의 삶은 병원 밖에서 계속됩니다. 가족, 학교, 직장, 법적 제도, 사회적 언어, 커뮤니티의 지지, 차별의 경험, 그리고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안전감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센터는 의료진만 만나지 않습니다. 수술 술기만 배우지 않습니다.
그 나라의 성소수자들이 어떤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제도적 장벽을 마주하고 있는지, 어떤 단체들이 공동체를 지탱하고 있는지, 의료가 어디에서 더 잘 연결되어야 하는지를 배우고자 합니다.
이번 타이완 방문에서 강동성심병원 LGBTQ+센터는 타이완의 대표적인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Taiwan Tongzhi Hotline Association을 방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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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iwan Tongzhi Hotline Association은 1998년에 설립된 타이완의 성소수자 인권단체입니다.
‘Tongzhi’는 중국어권에서 성소수자를 지칭할 때 사용되는 말로, 원래는 ‘동지’ 또는 ‘comrade’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를 동료로 부르는 말이 성소수자 공동체의 언어가 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단체는 처음에는 성소수자를 위한 전화상담을 제공하는 풀뿌리 자조 모임으로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타이베이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가오슝에도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타이완의 성소수자 단체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단체 중 하나로, 상담, 교육, 커뮤니티 지원, 정책 advocacy, 국제 연대까지 폭넓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전화상담은 이 단체의 중요한 활동입니다. 매년 약 1,600–1,700건의 상담 전화를 받고 있으며, 한 통화의 평균 상담 시간은 약 30분 정도라고 합니다. 상담 내용은 커밍아웃, 관계, 친구 찾기, HIV/STI 관련 질문, 가족과의 갈등 등 다양합니다.
특히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지원 모임도 운영하고 있었고, 최근에는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부모를 위한 별도의 지원 모임도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LGB 자녀를 둔 부모와 트랜스젠더 자녀를 둔 부모가 마주하는 질문과 고민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지점은 우리 센터에도 중요한 질문을 남겼습니다.
성별확정진료를 받는 사람만 돌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둘러싼 가족과 보호자, 그리고 그들이 배워야 할 언어까지 함께 돌보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Taiwan Tongzhi Hotline Association의 활동은 상담에 머물지 않습니다.
타이완은 2004년부터 성평등 교육을 제도화해 왔고, 학교에서는 성별, 성적 지향, 성별정체성, 성별표현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단체는 학교를 방문해 학생과 교사에게 성소수자 관련 강의와 실제 삶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의료진, 사회복지사, 공무원 등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의료 현장에서 성소수자를 어떻게 만날 것인지, 트랜스젠더 환자를 어떻게 존중할 것인지, 제도가 바뀐 이후 행정과 정책은 무엇을 새롭게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해 교육하는 것입니다.
직장 영역에서도 활동이 활발했습니다. Taiwan Tongzhi Hotline Association은 다른 단체와 함께 기업의 LGBTQ+ 포용성을 평가하고 개선할 수 있는 LGBTIQ+ Inclusive Workplace Index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이 많은 타이완의 현실을 반영해, 기업 규모에 따라 다른 버전의 지표를 마련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성소수자의 삶은 병원에만 있지 않습니다.
학교에 있고, 회사에 있고, 관공서에 있고, 가족 안에 있고, 거리 위에 있습니다.
이 단체의 활동은 바로 그 삶의 모든 장소에 성소수자의 존엄을 심는 일이었습니다.
타이완은 2019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혼인평등을 실현한 나라입니다. 이는 아시아 성소수자 인권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하지만 Taiwan Tongzhi Hotline Association은 분명히 말했습니다.
혼인평등 이후 LGB 커뮤니티의 사회적 상황은 이전보다 나아졌지만,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는 여전히 일상생활, 의료, 직장, 학교, 법적 제도 안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단체는 2019년 이후 트랜스젠더 관련 활동에 더 많은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매년 Trans March를 진행하고,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을 위한 모임과 강의, 팟캐스트, 출판물, 의료·교육 분야 워크숍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특히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교육 프로그램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들은 학교, 교사, 공무원, 기업, 의료진 앞에서 자신의 경험을 나누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사람이 카메라 앞에 설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많은 당사자들이 여전히 커밍아웃과 일상생활의 안전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대화는 우리에게 중요한 균형을 일깨웠습니다.
가시화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가시화는 누군가를 위험 앞에 세우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트랜스젠더의 이야기가 사회에 더 많이 알려져야 하지만, 그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의 삶과 안전이 먼저 보호되어야 합니다.
안전한 공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고, 공동체 안에서 힘을 얻고, 필요할 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단체가 말한 ‘커뮤니티의 힘’이었습니다.
